프랑스의 대표적인 대형 할인매장은 까르푸이다. 까르푸는 얼마전까지 우리나라 전역에서 활발한 영업을 했다. 물론 토종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려 매각 후 한국 시장에서 철수 했다. 철수 전까지 서울 곳곳에 까르푸 매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애초 까르푸의 고향격인 프랑스 파리에서 우리는 까르푸를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아이러니 하게도 서울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었던 까르푸를 파리에서는 볼 수 없다. 이유는 대형 할인점이 도심에 진입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의 이유는 지역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형 마트가 도심 여기 저기서 흔하게 자리하면서 지역 소 상공인들이 몰락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생산자 입장에서 대형마트는 생계를 위협하는 공룡이나 마찬가지 이다. 그러나 비단 생산자 입장에서만 대형마트가 위협적일까?

고물가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점점 사람들의 살림살이에 한숨이 늘어간다. 한숨이 늘어가는 소비자들에게 대형마트의 여러 할인 경쟁과 통큰 치킨과 같은 염가 제품들은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것 같은 유혹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대형마트들의 할인전쟁은 요란한 마케팅 전략과 달리 소비자들의 살림살이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당장 가격 파괴를 하겠다는 대형마트에 장바구니를 들고 가보자. 도대체 뭘 할인해준다는 건지 자세히 따져보면 황당하기 그지 없다. 고물가라는 공포속에 카트에 이전보다 신중하게 물건을 담았음에도 계산대에서는 합계 금액에 어이가 없다. 초 대박 세일의 제품들 대부분이 일부 가공 식품에 한정되어 있고 그나마 생필품 할인은 시간제한이나 물량제한에 금새 동이 나 버리기 일쑤다. 결국 밥상에 올라갈 제품이 아니라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제품 몇가지 할인으로 가격 혁명을 한다는 등의 호들갑을 떤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광고문구만 유난스런 대형마트에 뒤통수 맞은 기분으로 돌아온다. 아무래도 뭔가 속은 기분이다. 모두가 필요한 제품이었겠거니 잊고 싶어도 당장 빚이 많아 월급날 마다 우울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판에 금리까지 오르고 있어 생활비 만으로도 적자가 뻔하다. 이제 대형마트의 화려한 가격 파괴 광고문구에 의심을 제대로 가져봐야 할 때이다. 

할인의 유혹

할인이라는 문구를 보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가?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학자 브라이언 넛슨의 실험에 따르면 할인된 제품 혹은 저가의 제품을 보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충동구매욕에 자극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신문이나 광고지를 통해 할인을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되면 우리의 머릿속은 충동구매욕으로 가득해지고 특별히 마트에 갈 일이 없어도 가야할 것 같은 강박에 내몰린다. 여러번 속은 경험으로 대형마트에 가면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할인 광고나 기사를 접할 때 혹시나 하는 기대심을 다 버리지 못한다. 기획 한정 할인이라는 표시를 접하면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제품이 아니어도 기어코 판매대를 기웃거리게 된다. 심지어 오늘 하루만 이라는 단서가 붙어 버리면 제정신을 못차린다. 이 모든 것이 신경학자들의 실험에 의하면 이미 우리의 뇌에서 활발한 변화가 일어나고 뇌의 자극을 통해 제품의 필요와 선호에 상관없이 카트에 담아버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나중에 제값을 주고 살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화 시켜 버린다. 어짜피 언젠가 쓸 텐데 뭐, 하는 생각에 세일의 기회를 놓칠세라 충동적으로 구매하고 만다.


제품 하나하나 필요에 의해 신중하게 사는 소비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도 할인전략 마케팅에 낚이는 원인이 된다. 집앞의 슈퍼에서 혹은 재래시장에서 소비를 일상적으로 할 때는 콩나물 몇 백원어치, 두부 반모 등 소비자가 스스로 필요로 하는 양을 정해서 구매를 했다. 자신에게 적절한 양과 구매여력을 고려한 균형있는 소비가 가능했고 양과 가격에 대한 인지가 전제되어 있으니 가격비교가 수월했다. 지금은 포장되어 있는 데로 구매하고 그것도 대량으로 카트에 담는 소비가 일상화 되었다. 제품 하나하나에 대한 가격에 대한 인지가 떨어졌다. 결국 정말 할인해서 파는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할인이라고 하니 할인 인줄 아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부주의를 이용해 대형마트에서는 속임수도 빈번하다.  

소비자 단체에서는 이러한 부도덕성에 대해 많이 지적해 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러한 대형마트의 속임수를 금새 잊어버리고 쉽게 용서한다. 이렇게 자주 찾는 대형마트의 할인 전략은 소비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것을 자주 구매하게 만든다. 그래서 하나 더 주는 상품이라서 지금만 할인 해 준다는 유혹 때문에 사다 놓은 물건들이 냉장고와 싱크대 베란다를 가득 채운다. 서랍 속에도 온갖 잡동사니들이 가득하다. 아이들 책상은 이제 연필들이 무더기로 채워져 있고 다 쓰지도 못한 크레파스와 물감들이 서랍마다 가득하다. 장난감도 비슷비슷한 것들이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이제는 집안을 치우는 것이 골치 아프다. 대형마트에서는 그러한 점을 고려해 수납 제품들까지 판매한다. 우리 집 사정을 아는 것 처럼 아이디어들이 대단하다. 가격도 몇 천원부터 만원을 넘지 않으니 덮석 집게 된다. 이런식으로 끝없이 무언가 구매하고 그 구매한 제품들을 보관하기 위해 또 무언가를 사게 되는 악순환이 바로 대형마트의 할인의 유혹 앞에서 벌어진다.  

그러는 사이 우리 가계부는 점점 앙상해 져 간다. 

불필요한 것들과의 이별, 불편한 소비에서 시작된다. 

집안 곳곳에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지 조금만 돌아보면 금새 인정할 수 있다. 이렇게 몇 번 사용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불필요했던 것들의 소비 대부분은 할인점에서 출발했다. 싼 것을 구매하는 것이 절약이 아니다. 절약이란 자신의 필요와 선호를 신중하게 고려해 천천히 잘 소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소비를 하려 해도 대형마트에 가는 것 자체가 이러한 절약 행동을 실천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유는 대형마트의 마케팅 테크?은 우리의 절제력을 뛰어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물가 시대 한푼이라도 줄여 적자 가계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절제력에만 기대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처음부터 대형마트가 펼치는 고도의 마케팅 기술을 인정하고 소비의 장소를 조금 불편한 재래시장으로 바꿔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요즘은 대형마트가 시장을 독점하기 시작하면서 말 그대로 지역 상권이 무너져 어쩔 수 없이 대형마트 가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독점을 눈치 챈 대형마트는 언젠가부터 필수 소비재에 대해서는 할인점 본연의 역할은 버린지 오래다. 아주 과감하게 비싸게 팔기도 한다. 대형마트의 유기농 제품들의 가격을 보면 생활협동조합의 유기농 제품들 보다 비싼 것들이 많다. 제품의 질은 당연히 떨어진다. 

아예 발길을 끊는 것이 어렵다면 자신에게 맞는 소비 장소를 물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급적 횟수라도 줄여보자. 2달에 한번 정도로 횟수를 줄여보면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것들에 지갑을 열어 왔는지 자각하게 된다. 조금 불편할 때마다 그 불편을 참고 딱 1달만 대형마트 방문을 참아보자. 그리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점점 불필요한 잡동사니들이 쌓이지 않는 집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냉장고가 비어가지만 점점 냉장고 속에 먹을 것이 많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제품만 소량으로 가까운 슈퍼를 이용해 비상시처럼 딱 1달만 지내보자. 아마도 그렇게 사는 것이 쓰레기를 줄이고 전기요금을 줄이고 버리는 식재료 없이, 서랍안을 채우지 않고 사는 좀더 품위있는 생활임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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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