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푸어, 하우스 푸어, 베이비 푸어, 잡 푸어 등 우리 사회에는 현재 온갖 형태의 가난이 넘쳐난다. 소득이 높아도 집에 딸린 빚 때문에 생활이 어려운 가계가 150만 이상이고 소득이 절대적으로 낮지만 더 나은 직장을 찾을 수 없어 좌절하는 취약계층이 점점 늘어난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면 현재의 가난이 사람들을 절망으로 내몰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최선을 다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를 쓰고 발버둥 쳐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특히 외환위기를 이후,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 파탄에 이르러 죽을 힘을 다해도 재기가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옷 도매업을 하던 A씨도 그런 경우다. 그는 경제위기로 순식간에 부도를 맞고 3억의 빚을 떠안은 채 가족과 생이별 했다. 그럼에도 10년 간 성실히 건설 노동일까지 마다않고 하면서 그 빚을 전부 상환했다. 오로지 가족과 재회하겠다는 꿈으로 버텨온 그가 빚을 갚은 후, 이번에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가족과는 2년 전 갑자기 연락이 끊겼고, 좌절감에 한때 노숙인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재기를 꿈꾸지만 여전히 자활 쉼터가 아니면 두 다리 뻗을 공간도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숙인 혹은 복지 혜택을 받는 취약계층에 대해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 무언가 스스로 노력하는 것에 문제가 있었던 사람으로 취급한다.

가난은 개인이 무능한 탓?

한 번 취약계층으로 떨어지고 나면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스스로 자립의 동기를 버리게 된다. 그러나 A씨의 사례처럼 취약계층의 구체적인 사연을 접해보면 약간의 불운과 사회적 경제 불안이 겹쳐 삶이 순식간에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으르고 무능해서 삶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한두 번의 계기가 안정된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고 인간적인 삶을 유지해 가기 어려운 불안한 곳이다.


개인의 무능과 불운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불안정성으로 인해 지금 가족과 따뜻한 저녁을 먹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언제 어떤 형태로 극단적인 가난이 찾아올지 모른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복지 시스템의 구조적인 개혁이 절실하다. 보편적인 복지 환경을 통해 주거, 교육, 의료, 일자리와 같은 삶의 기본 요소에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증세는 필수조건이다. 개인의 노력과 생존경쟁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복지에 필요한 재원이 내 주머니에서 세금으로 나가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다. 신자유주의적 이념이 증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중산층들에 의해 깨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중산층 상당수는 여전히 가난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라고 믿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취약계층 사람들의 사연을 구체적으로 접하여 그들이 부도와 빚이 아니었다면, 적어도 주거 안전망이 전제되었다면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아갔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게다가 그에게 찾아온 불운은 현재 중산층인 자신에게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일임을 알게 된다면, 사회 안전망의 중요성이 증세에 대한 거부감으로 폄하되어서는 안된다는 데에 공감할 것이다.


계층 간 소통이 절실한 이유


그러기 위해서는 계층 간 소통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와 에듀머니가 함께 진행하는 위드세이브 프로그램은 의미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취약계층에게 자립, 저축, 나눔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프로그램의 흐름은 이렇다. 우선 취약계층은 전문가에게 재무 상담을 받는다. 이 상담을 통해 현재의 재무 상태와 그렇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 위드세이브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스스로 수지 균형을 맞추어 3만원, 5만원 단위의 적은 돈이나마 저축 재원을 형성한다. A씨의 경우 자활 근로와 아르바이트로 번 돈 90만원을 쪼개 생활비와 남은 빚을 상환하는데 쓰고, 남은 10만원으로 임대 보증금 마련을 위한 저축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 저축 통장에 그의 사연과 현황을 본 기부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저축을 보탠다. 이 과정에서 기부자들은 그들의 사연과 재무 상태를 들여다보면서 자립과 희망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응원의 댓글을 달기도 한다. 그렇게 기부자들은 우리 사회의 불안전하고 위험한 환경을 간접 체험하고, 취약계층은 기부자로부터 응원과 지지를 얻는다. 이러한 계층 간 소통은 연대의식을 낳고, 사회복지 시스템의 변화가능성을 높이는 큰 결실을 낳는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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