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아늑한 집에서 사는 거 어렵지 않아요. 전세로 살려면 서울시 평균 전세값 2억 3천만 원만 있으면 돼요. 2억3천만 원은 여러분의 평균 월급인 200만 원을 10년 동안 숨만 쉬고 한 푼도 안 쓰고 모았을 때 모을 수 있는 돈이에요.  

이렇게 십 년 동안 숨만 쉬고 모은 돈을 전세금으로 쓰면 임대차 보호법에 의거 2년 동안만 잠시 여러분 집이에요. 그럼 2년 동안 또 숨만 쉬고 모은 돈을 가지고 더 큰 집으로 전세를 얻으면 되는데, 2년 사이에 전세값이 올랐어요. 모은 돈으로 올려주면 돼요." 

석 달 전 인기 개그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최효종씨가 한 말이다. 글로 써놓고 보면 참 슬픈 현실인데, 어느덧 개그의 소재가 되어 있다. 방송을 보면 이런 이야기를 듣는 방청객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대로 읊어도 개그가 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주거 현실이다. 

서울 전셋집 장만하는데, 평균 소득으로 저축하면 174년 

국민은행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2월의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2억6284만 원, 서울은 4억8703만 원이라고 한다. 작년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384만 원임을 감안 할 때, 버는 돈을 하나도 안 쓰고 모아 전국 평균 수준의 집을 마련하려면 5년 8개월, 서울에 집을 마련하려면 10년 6개월이 걸린다.  

현실에서는 숨만 쉬고 돈을 모을 수 없다. 가계저축률이 2.8%인 것을 살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384만 원을 버는 가구의 월 저축액은 11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저축 금액 전부를 집을 사는데 쏟아붓는다 하더라도 전국 평균 정도의 주택을 사는데 200년이 걸린다. 

물론 꼭 내 집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세가로 따지더라도 서글프기는 마찬가지다. 2012년 2월 기준 전세가는 전국 평균 1억3774만 원, 서울은 2억2945만 원이다. 버는 돈을 모두 모은다고 가정할 때, 서울에 전세를 구하기 위해서는 꼬박 5년이 걸리며 저축률을 감안하면 174년이 걸린다.  

더이상 대한민국 주거 문제는 보통의 사람이 정상적인 소득 활동을 통해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다다랐다. 버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보니 내 집이 아닌 전셋집 마련을 위해서도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신세가 돼버린다.  

실제로 최근 들어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0월 말 기준으로 5개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의 자체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4조3142억 원이다(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제외). 이는 2년 전인 2009년 말 8765억 원에서 5배나 늘어난 금액이다.  

이처럼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전세가 급등과 전세 품귀 현상으로 인해 정작 전세로 거주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인구학회가 발표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 전수결과 심층분석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주택점유형태 중 전세비율은 지난 2000년 28.2%에서 2010년 21.7%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월세비율은 12.6%에서 20.1%로 올라 줄어든 전세가 대부분 월세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부동산 서브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중·저소득층의 월세 거주는 증가했지만 고소득층은 자가 및 전세 거주가 늘어나 주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열 집 중 한 집은 법에서 정한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쳐 

한 부모 가장인 A씨(37)는 4명의 아이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네 명의 자녀와 노모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고졸 여성에게 취업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다행히 동 주민센터의 소개로 주민센터 내에서 업무보조를 하며 자활 인건비와 생계비를 지원받아 매월 130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었지만 30만 원을 월세로 내고 나면 남은 100만 원으로 여섯 식구가 생활하기에 늘 부족했다.  

거기에 여섯 식구가 좁은 단칸방에 모여 살다 보니, 가족들 모두 스트레스가 심해 큰 아이는 정신장애까지 생겨, 병원비도 지출하고 있다.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가고 싶지만 저축 여력이 거의 없다 보니 통장에 모이는 돈도 없다. 혹시 만기 때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 달라고 하지는 않을까 걱정만 커져간다.  

의·식·주를 일컬어 인간생활의 3대 요소 라고 한다. 과거에 비해 경제가 많이 발전한 지금 먹을 것과 입을 것에 대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주거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 2010년 인구주택조사에 의하면 아직도 열 집 중에 한 집은 주거생활의 절대 빈곤선인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최저주거기준은 국민이 쾌적한 생활을 누리는 데 필요한 주택의 기준을 정한 것으로 주택법에는 ▲최소 주거면적 및 방의 개수 ▲상수도, 입식 부엌 등 필수설비 ▲채광, 난방설비 등 구조·성능·환경기준 등 3가지 항목을 2004년 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2011년에 국토해양부가 최저주거기준을 상향조정 했으니 현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1733만 가구 중에 121만 가구(7%)는 화장실이나 부엌이 없는 집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수도권 전체 가구 중 지하 또는 옥탑방에 거주하는 가구는 53만 가구(6.4%)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비닐하우스나 움막, 컨테이너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도 상당주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다. 주택법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저기준을 정해놓았지만 이를 강제할 법적 장치가 없다 보니 단순히 상징적 지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저소득 서민 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A씨도 서울시의 저축지원프로그램인 위드 세이브 사업을 통해 LH공사의 임대주택에 입주할 꿈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입주자격이 돼도 보증금 200만 원이 없어 신청조차 못 하고 있었는데, 시민의 매칭저축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열린 것이다. 임대주택에 들어가면 월세금액도 지금보다 20만 원가량 줄어들게 되어 A씨의 삶에는 좀 더 여유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임대주택도 입주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영구임대에서부터 국민임대, 전세임대 등 다양한 임대주택들이 있지만, 각각의 입주조건이 있고 공급도 한정되어 있다 보니 원한다고 해서 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조건에 맞춰서 신청해도 평균 20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특히 경기도나 인천지역의 경우 평균 50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부동산 활성화가 아닌 주거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2010년 기준으로 전체임대주택 수는 139만 호로 전체주택의 약 8% 정도이다. 공공임대주택은 85만 호로 전체주택의 5%에도 못 미친다. 자가보유율이 60%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결국 전체가구의 30% 이상이 지속으로 전·월세난에 시달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소득 하위 20% 가구(약 340만 가구)의 평균 소득이 12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은 민간시장에서 지금의 주거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 

임대주택은 부족하지만, 집 자체는 부족하지 않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2002년부터 10년째 100%를 상회하고 있다. 2010년 기준 가구수는 1733만 가구지만 주택수는 1767만 호로 주택보급률은 101.9%다. 매년 신규주택이 공급이 되지만 워낙 높은 가격에 공급이 되니 보통의 서민들은 그냥 구경만 하게 된다. 신규 주택의 30% 이상은 기존 유주택자가 구입한다. 심지어 100채 이상 보유한 사람만 수 십 명이다. 부동산 정책이 늘 활성화 정책 중심으로 논의되다보니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이사를 많이 다니는 나라가 되었다. 

다행히 그동안 성장만 이야기하던 정치인들도 복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부동산 정책 또한 부동산 활성화가 아닌 주거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서민들은 자기소유의 집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거주공간을 원할 뿐이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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