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예상을 뒤집고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복지와 일자리, 심각한 가계부채 등 여러 민생 현안들이 주요 쟁점이 되어 여당과 야당의 공방이 벌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정권 심판과 막말 파문 등 주로 정치적 이슈에 집중된 선거였다.

그 와중에 선거의 달인인 여당 대표는 선거 막판 야권이 심판론에 함몰되어 있는 것과 달리 ‘민생’만을 생각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정치적 이슈로 시끄럽던 선거판에서 구체적인 공약이 제시되지도 않은 채 선언에만 머물 수 있는 ‘민생’이란 단어가 그나마 반갑게 들리기까지 했다.

무상급식에 대한 선명한 정책 입장 차이로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기준을 제시해주었던 지난 교육감 선거와 지방선거에 비하면 이번 총선은 야권이 민심을 잘못 읽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정치를 혐오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많은 유권자들이 정치권에서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에 촉각을 세우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 부동산 가격 폭등기를 두 차례나 겪으면서 양산된 하우스 푸어와 전세난민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주거 안정에 대한 정책비전은 대단히 중요하다.

 

 



여당은 선거 승리 이후 ‘민생’을 확실히 챙기겠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확인하라는 여당 대표의 ‘민생’ 정책안에 진정 국민들이 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는 한 걸까? 이미 민생을 살피기 위한 내용이 아닌 것들이 주요 공약이라면 약속을 지킨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론적으로 새누리당의 주거 복지 공약에는 현재 사람들을 고통으로 내몰고 있는 주거 불안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많지 않다. 전세난민이라고까지 불릴 만큼 2년마다 집을 줄여 이사를 다녀야 하는 서민들에게 반가운 정책이 없다는 말이다.

새누리당의 전세난 해법과 관련된 주요 정책은 전세금 급등지역에 한해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야권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전세 보증금, 월세, 임대료 계약 인상률을 5%로 제한하고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계약을 연장할지 여부를 세입자에게 우선 보장(1회에 한해서)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임대료 인상률에 대한 상한제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은 여당이나 야권이나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상 세부 내용에서는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여당은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해 여전히 집주인의 재산권 행사를 우선 보호하겠다는 입장이고, 야권은 주거 약자 보호를 우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임대차 관련 법안에 주거 약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내용이 많다. 임대료 상한제뿐 아니라 계약 연장에서 기간이나 횟수 제한을 두지 않고 세입자가 계약 종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는 나라가 많다. 쉽게 말해 세입자가 빌려서 살고 있는 집에 계속 살 의향이 있는 한 끝까지 보호가 된다는 말이다.

임대인, 즉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영국은 갱신 거절 사유를 법으로 열거하고 있고 일본은 법원에서 판단한다. 결국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쫓기 위해서는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시장 원리에 따라 재산권을 가진 사람에게 상당한 권한을 그대로 인정해 줌으로써 집 없는 설움을 만들고 있다. 그나마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2년까지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보호하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수많은 무주택자들이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하는 극도의 주거 불안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결연한 표정으로 민생을 외치려면 적어도 최소한의 삶의 기준인 주거문제부터 시장 논리를 거둬버리고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주거 복지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만약 선거 당시의 정책 수준, 즉 급등지역에 한해서 상한제를 실시하는 수준을 가지고 ‘민생을 확실히’라고 말한 것이라면 이미 국민들은 근본적으로 낚인 것이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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