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학자금대출을 전부 상환하는 데 8년이 걸렸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말이다. 미국에선 지금 대학생들의 등록금투쟁이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대출에 의존해 간신히 대학을 졸업해 수년간 대출상환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순간 우리나라 뉴스를 접한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우리와 사정이 비슷하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 이 문제는 뜨거운 대선 이슈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향후 대선 이후의 미국이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대학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어가면서 정치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학자금대출 확대 이외의 다른 정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정부의 민생정책 상당 부분이 이런 식이다.

주요 정책을 금융으로 펼침으로써 마치 서민금융이 복지의 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전세가가 폭등하자 전세난 대책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해주고, 대학생 등록금이 치솟으니 학자금 대출을 확대해 준다. 일자리가 부족해 실업률이 오르니 햇살론이나 미소금융과 같은 무담보 대출을 제공하고 내집마련이 어려워지니 ‘생애 첫 내집마련 대출’ 같은 상품을 출시한다. 대부업체의 폭리가 기승을 부리자 10%가 넘는 여전한 고금리 전환대출 상품을 제시한다.

무슨 정부정책이 문제만 생기면 돈 빌려주겠다는 것밖에 없는지, 하나하나 열거해보면 분노가 아니라 어이가 없다.

유행하는 개그언어로 표현하면 ‘대통령 하는 것 어렵지 않아요~ 돈만 빌려주면 돼요’라고 해도 무리한 표현이 아닐 듯하다. 언뜻 보면 높디높은 대출의 문을 정부에서 친절하게 터주는 듯하나 알고보면 법 개정과 복지로 해결해야 할 일들을 모조리 빚으로 해결하는 셈이다.

약자를 보호하고 탐욕을 통제하는 나라운영이 아니라 탐욕조차 시장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빚을 보태고 있다. 이는 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모든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미래를 여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공돈과 같은 빚이 서민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풀리는 사이 썩어가는 상처부위를 반창고로 슬쩍 가려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회피한다.

이미 서울시장 보궐 선거 이후 반값 등록금이 정부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한 것이 아님이 확인되고 있다.

전세난 문제 또한 주택 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해 주거 약자를 보호할 수 있다. 전세시장이 안정되면 부동산시장에도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서민계층에 창업을 위해 미소금융이나 햇살론을 통해 돈을 빌려주기에 앞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보호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서울시와 같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약자를 보호하는 일자리 정책을 펼칠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일련의 민생정책들이 실종되고 그 자리에 금융정책이 들어섰다. 그 결과 에듀푸어, 워킹 푸어,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 등 푸어시리즈가 유행할 정도로 가계는 급속도로 가난해지고 있고 빚더미에 앉게 됐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를 살게 됐고 점점 빚의 질도 악성화되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새누리당이 총선 정책으로 부채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한다. DTI(총부채 상환비율)를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총선결과가 새누리당에 유리해지자 규제를 풀어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가 대단하다고 한다.

모든 민생문제에 근본적인 처방을 하려는 대신 금융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바람에 등록금 가격도 전세와 주택가격도 모두 내릴 생각을 안 한다.

정부의 금융정책 그 자체가 사실상 시장안정을 해치고 시장 균형을 깨고 있음을 모르는 것일까. 결과적으로 정부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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