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관련 정보는 많지만 보험사 쪽 정보만 넘치고 소비자를 위한 내용은 찾기 힘듭니다.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사는 넘치지만 사보험은 그렇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공보험이 불안하니 사보험을 자꾸 가입하고, 결국 가계 부담만 커집니다. 우선 공보험에 대한 바른 인식을 통해 공보험과 사보험 사이의 균형잡힌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과도한 사보험 지출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6회 걸쳐 사보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소개합니다. <기자말>

정씨(43)는 요즘 불안하다. 퇴직이 다가오면서 노후가 불안하다 싶어 변액연금도 30만 원씩 불입하고 있고 각종 보장성보험도 35만 원씩 불입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자금으론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노후에 각종 질병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보장성 보험도 더 가입해 두어야만 할 것 같았다.

정씨는 얼마 전 지인을 통해 보험설계사를 소개받아 상담을 받았다. 설계사는 정씨의 노후준비가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렸고, 가입되어 있는 보장성보험은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장성보험은 리모델링하면 지금보다 금액을 낮출 수는 있었지만 연금은 지금보다 두 배 정도는 더 납입해도 준비가 부족하다고 했다.

정씨와 같이 노후와 의료비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노후자금과 의료비를 준비하기 이전에 반드시 점검해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다.

노후준비?

 

 

 



사람들은 자신의 노후와 의료비를 걱정하지만 정작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수령액은 잘 모른다. 노후자금에 대해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중에 상당수가 정작 준다는 국민연금 액수조차도 모른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매년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예상연금 수령액을 알려주지만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건강보험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내가 암에 걸리면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건강보험에서 어떤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정씨 역시 자신의 국민연금 예상수령액과 건강보험의 보장 내용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무언가 준비가 필요하다면 기존에 준비된 부분부터 점검하고 부족한 것을 보완하면 될 텐데, 준비된 것을 아예 무시하고 처음부터 할 생각을 하니 많은 돈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이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국민연금은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세금처럼 생각하고 건강보험 역시 별로 해주는 것도 없는데 매년 오르기만 한다고 불평한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최동익 민주통합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체납현황'을 분석한 결과, 약 3만5000여 명이 한 쪽에는 성실히 납부하지만 다른 한 쪽에는 약 1858억 원을 체납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중 둘 중 하나만 납부하는 사례가 3만5000여 명에 달하는 것이다.

둘 중 한 쪽은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납부여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쪽에는 납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언론과 금융회사 마케팅, 국민연금 불신 키운다

사람들이 사회보험에 부정적 인식을 키우게 된 데는 언론의 역할이 크다. 한 언론사는 지난 4월 '건보료 바가지 쓴 중산층'이란 제목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의 절반가량은 자신이 낸 보험료보다 보험 혜택을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 소득이 높을수록 보험료 대비 보험 혜택이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건강보험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나 수익률 저하에 대한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보험회사의 기금 고갈 시점이나 수익률에 대한 기사는 찾기 어렵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행동경제학에 '정박효과'라는 것이 있다. 한 곳에 닻을 내리면 배는 닻의 범위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이 한 번 정보를 받아들이면 이후의 정보는 처음에 받아들인 정보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한다. 사회보험이 불안하다는 닻을 가진 채로 이후의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판단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오류가 생기게 된다.

금융회사의 마케팅 역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사실 사회보험과 민간보험 사이에 정보의 불균형이 생긴 데는 연금이나 보험 등의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금융회사의 역할이 가장 크다.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이 강력한 경쟁상대일 수밖에 없다.

만약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준비가 가능하고 건강보험만 있어도 의료비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면 사람들은 굳이 개인연금이나 보장성보험을 가입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은 마케팅할 때 사회보험들의 단점을 최대한 부풀려서 이야기하게 된다.

국민연금·건강보험 알고보니 '괜찮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년 가입자의 경우 평균 76만8000원의 연금을 수령한다. 국민연금을 가장 많이 수령하는 사람은 130만 원 가량의 연금을 수령하고 있으며 맞벌이를 해서 부부 모두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경우는 200만 원 이상 연금을 수령한다. 더구나 연금수령액은 매년 물가상승분만큼 올라간다. 또한 국민연금 외에도 기초노령연금제도가 있어서 하위 70%가정의 경우 10만 원 정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의료비의 경우 감기 같은 일상의 질병보다는 암이나 심근경색 등 큰 질병 때문에 걱정이기 마련인데, 이런 중증질환은 보장율이 71.4%에 이르고 급여항목만 포함될 경우 건강보험에서 95%까지 보장한다.

본인부담액 상한제가 있어 동일병원에서 계속 진료를 받는 경우에는 해당 병원에 소득에 따라 200만 원~400만 원까지만 의료비(선택진료비 등 비급여는 제외)를 부담하면 된다. 예전에는 암 걸리면 집안 말아먹는다고 했지만 요즘은 암에 걸려도 몇백만 원정도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 개인연금이나 보장성보험이 필요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적어도 노후설계를 한다면 월 생활비가 얼마가 필요한데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에서 얼마를 받을 수 있으니 부족자금을 얼마만큼 준비하자는 식의 설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정씨 사례 역시, 지금까지 많은 설계사를 만나서 상담을 해 왔지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혜택을 알려주는 설계사는 없었다고 한다. 물론 이는 설계사의 잘못이 아니다. 설계사 역시 회사에서 가르친대로 영업을 했을 뿐이다. 사회보험에 대해서 별도로 공부를 해서 균형감을 갖고 일하는 일부 설계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운 좋으면 보험료 절약하고 운 나쁘면 보험료를 더 내야하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민간보험 판매시 사회보험에 대해서 안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대외강사를 별도로 양성하여 노후설계와 재무관리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누리집에서도 내 연금을 바로 바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노후설계에 관한 상담팀을 꾸려서 노후설계를 돕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이러한 노력을 하는 것에 비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태도는 조금 아쉽다.  건강보험에 대해 알 수 있는 안내책자도 없을뿐더러 누리집에 들어가도 현 건강보험제도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 개선이 시급하다.

노후와 의료비가 걱정되고 보험료가 부담된다면 지금 당장 내 국민연금 수령액과 건강보험의 주요보장혜택을 알아보도록 하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어야 보험료 지출도 적정한 수준으로 줄이고 노후와 의료비에 대한 과도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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