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었으면 나잇값을 해야지. 아들 같은 사람한테 뜨거운 맛을 봐야겠어요? 남편한테 알려서 가정을 파탄시키겠다.’ 50대의 중년 여성이 채권 추심원에게 빚 독촉을 받으며 들은 말이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도무지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다. 생활비와 교육비가 부족할 당시 든든하게 지갑 속에서 꺼내쓰라고 유혹하던 카드사만 원망할 뿐이다. 한두 번 구멍이 나기 시작한 생활비가 감당하기 힘든 카드 결제금액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정상적으로 생활비가 들어와도 카드 한도에 맞춘 생활은 무엇부터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만큼 가계부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남편의 월급이 통째로 카드빚을 갚는 데 쓰였다.

 

 



물론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다. 카드 결제를 하고 생활비가 부족하면 카드사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새로운 카드를 발급해 주겠다는 친절한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갑작스럽게 남편의 소득이 완전히 끊겼다. 이제 아들은 분가해서 살지만 아들에게 손을 내밀 수도 없다. 급한 마음에 캐피털과 대부업체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4군데의 캐피털과 대부업체로부터 3000여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당연히 빚을 갚는 건 불가능했다. 바로 아들 또래의 추심원으로부터 욕설과 폭언이 이어지는 빚 독촉의 나날이 시작된 것이다. 남편과도 상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는 50대 중년의 그녀는 매일 아침 눈뜨는 것 자체가 악몽이라고 했다.

우선 빚 독촉을 받는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폭력적인 욕설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했다. 그녀가 치욕스럽게 들어야 했던 욕설은 명백한 불법이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9조 1호와 11조 1호의 위반이다. 법률 내용은 ‘채권추심자는 채권추심과 관련해 채무자 또는 관계인을 폭행·협박·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그에게 위계(僞計)나 위력(威力)을 사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채무자 외의 사람(보증인 포함)에게 채무에 관한 거짓 사실을 알리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선 상담을 통해 불법 채권추심에 대한 신고부터 접수할 것을 권했다. 그녀는 상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도움받은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이라고 말한다. 금융감독원의 ‘1332 전화’와 지역 경찰서 신고제도를 안내했다. 물론 이 주부의 경우 극도의 신경쇠약 증세까지 보여 신고 자체를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좀 더 세심한 상담과 회생 및 채무조정이 가능하도록 동반 상담을 제공하고 경우에 따라 복지제도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울시 금융복지 상담센터를 연결해 주었다.

그러나 끝내 그 주부는 도움받기를 포기했다. 극단적인 절망은 도움을 받을 힘조차 뺏어가는 것 같다. 우리는 여러 차례 더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혹시 추심원 전화일까 두려워 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자메시지를 남겨도 소용없었다.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도움 받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절망적인 채무자들이 어디 이 주부 한 사람일까.

법은 분명 추심원이 그녀에게 행한 행위가 불법이라 규정하고 있지만 채무자들의 인권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문자로만 존재할 뿐 더욱 적극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법으로 규정하는 것 외에도 이런 불법 채권추심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더욱 엄격한 제재와 단속이 절실한 때다. 채무자가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하는 것은 물론 채권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일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채권자는 빚을 회수할 때 못지않게 빌려줄 때도 신중해야 한다.

빌려줄 당시에는 후한 인심을 쓰다 회수할 때 얼굴을 바꾸는 채권자들의 횡포. 이것은 평범한 가정을 해체위기로 모는 ‘준범죄 행위’와 다름없지 않을까.

<제윤경 | 에듀머니 대표>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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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o firm 2013.12.16 1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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