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2012년 중 국내은행 자금 조달 운용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1%를 돌파했다. 중소기업 대출을 제외한 전 부문의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가계 빚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체는 곧바로 개인에 대한 빚독촉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채무자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바로 지인에게 채무 연체 사실이 알려지는 일이다. 특히 자녀에게 알려지는 일은 자존감을 크게 훼손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에도 커다란 장애를 일으켜 가족 파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직장에 알려지는 것 또한 직장생활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장에서 불성실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

 

 



택시기사 김모씨도 이런 경우다. 앞서도 계속 거론했지만 최근 들어 10년 가까이 된 채권에 대한 추심이 늘어나고 있다.

김씨의 경우도 2002년 4월에 대출을 받았는데 총 얼마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일부를 갚은 것은 분명하다고 한다. 빚의 일부가 남아 있음은 알았지만 당시 일정기간 동안 독촉 전화가 걸려오다가 중단됐다. 거의 8년이나 지난 2010년 갑자기 의정부 북부지원에서 지급명령서류가 회사로 송부됐다. 다행히 급여 압류는 없었으나 남은 채무가 400여만원이었다. 그 400여만원에 대해서도 솔로몬 대부업체로 채권이 팔려 2년 가까이 채무 조정 내용 공지 및 상환 독촉장이 날아왔다. 조정 내용으로는 당장 매월 상환이 크게 부담되는 것이 아니었다. 10만원씩 1년간만 갚으라는 조건이다.

그러나 최초로 돈을 빌린 곳도 아니고 처음 얼마간을 제외하고 8년간 아무 요청도 없다가 갑자기 추심기관에서 독촉장이 날아오니 불쾌감과 불안감으로 갚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마치 보란 듯이 회사로 우편물을 보내는 것은 일부러 직장생활에 지장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여 괘씸하기까지 하다. 현재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지금도 택시기사를 하기 전의 실업 상태에서 생긴 빚 때문에 워크아웃 중이다. 매월 10만원씩 신용회복위원회에 납입하는 것조차 가끔씩 밀릴 때가 있다. 이미 가족과는 헤어진 채 혼자 살고 있으면서 사는 것에 대한 즐거움도 없는데 저축도 하지 못하는 생활이 불안했다.

과거 빚에 얽매여 불안을 껴안고 사는데 거기에 기억도 못한 빚을 다시 떠안고 갚아야 하는 생활을 1년 더해야 한다는 사실이 고통스럽다.

채무자가 빚을 원활히 갚기 위해서라도 현재 직장에서의 업무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채무자는 직장으로 전화가 걸려오거나 방문하는 등 직장에서의 채권 추심 경험이 있다. 한 연예인은 추심원이 드라마 촬영을 할 때 촬영 장소에 지속적으로 나타나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도 한다. 사람들이 누구냐고 물으면 아무개씨와 아는 사이라는 말만 하면서 거의 매일 촬영장소에 나타나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더라는 것이다. 주변 지인조차 빚독촉 당하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것인지 충분히 공감할 만했다고 한다.

폭력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위협을 가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 자체로 직장에서 불신의 원인을 제공하고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안을 야기했을 것이 뻔하다.

특히 보수적인 직장이거나 공기업,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채무자는 더 큰 불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업무 평가에조차 반영될 정도로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채무자의 부채 상환 능력은 더욱 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따지고 보면 인권 침해 요소가 다분하다.

따라서 주택 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장을 통한 채권 추심은 그 자체로 제한을 두어야 한다. 직장을 찾아가거나 우편물을 발송하는 것, 직장 대표전화로 전화를 거는 행위 등은 불법 채권 추심으로 규정해야 한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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