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 가계부채 해결을 가장 우선적인 민생공약으로 꼽았고 당선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가계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표적인 공약이 ‘국민행복기금’이다. 이에 대해서는 도덕적 해이와 재정 투입 여부 등 여러 논란이 있다. 이런 논란이 이어진다면 애초 공약 내용에 비해 상당히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박 당선인은 국민행복기금 외에도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다양한 공약들을 제시했다. 그중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개인 프리워크아웃 제도의 확대이다. 개인 프리워크아웃이란 연체 이전이라도 채무를 재조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가 확대된다면 가계 빚 상환 부담에 짓눌려 있는 가계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그러나 공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모호하다. 자칫 개인 프리워크아웃의 확대라는 공약이 선언으로 그치거나 금융권에 대한 계도 정도에 머물 위험이 있다.

다만 이 공약 내용 중 현재 여러 채무를 가지고 있는 다중 채무자에게 반가운 것이 있다. 다중 채무자가 신용회복을 신청하면 채권기관에 빚 독촉과 법적 조치를 즉각 중단시킬 것을 약속하고 있다. 이것은 법률로 명문화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신용회복을 주로 진행하는 신용회복위원회가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출자한 사적 기구로서 채무자와 사적 채무 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법으로 강제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국가적 차원의 지침으로서 신용회복 신청과 동시에 빚 독촉과 법적 조치를 금지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채무자가 무리한 빚 독촉에 대해 대항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채무자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빚 그 자체가 아니다. 가혹한 빚 독촉이 채무자의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

가혹한 빚 독촉은 채무자로 하여금 더 높은 금리의 새로운 빚으로 기존의 빚을 갚는 부채 악순환에 빠지게 만든다. 따라서 빚 독촉을 규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채무자가 다중 채무와 고금리 대출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상담 중에도 이러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남편의 실직과 셋째 아이 출산이 겹친 어느 주부는 부족한 생활비를 카드 대출에 의존해야 했다. 남편이 다시 직업을 갖게 되기는 했으나 기존의 카드 대출을 모두 감당할 수준의 소득이 아니었다. 연체가 길어지면서 결국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신용회복을 신청한다는 것 자체가 빚을 갚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재정 여건에 맞춰 빚을 잘 갚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주부는 카드사의 추심원으로부터 카드사에서 워크아웃 신청 내용에 동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워크아웃은 소용없다는 협박성 말을 들었다.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추심원의 말은 상담자를 극도의 불안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다른 급전을 빌려서라도 빚을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할 정도였다.

현재 추심회사들은 추심원에게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카드사 스스로는 다중 채무자가 빚을 아예 못 갚게 되는 것보다 상환 금액이나 기간 등을 조정해서 돈을 되돌려 받는 것이 낫다. 그러나 이러한 카드사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추심원은 채무를 연체하고 있는 사람들이 신용회복을 하게 될 경우 성과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채무자를 압박하게 된다.

이러한 추심행위를 현재의 제도에서는 규제할 방법이 없다. 공약 내용이 실현된다면 빚 부담에 시달리는 많은 채무자가 빚 독촉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신용회복에 손을 내밀 것이다. 앞서 사례로 든 채무자도 신용회복을 통해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며 새로운 상환 방식으로 빚을 갚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빚 독촉이 두려워 빚을 늘리는 채무자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일이다. 이 공약이야말로 채무자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헛공약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제윤경 | 에듀머니 대표>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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