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 부동산 시장 동향에 관한 논란이 분분하다. 서울 강남 지역의 재건축 추진 단지와 중소형 아파트 시장에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강북 지역은 꿈틀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이 강남에만 호재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거래량도 대책 발표 이후 그 전월에 비해 8.6% 증가했다고 한다. 거래량 증가도 주로 강남 3구 지역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나 거래량이 늘면서 거래량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 증가는 주로 ‘빚’에 의한 폭탄 돌리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그 전 3월 증가세의 3배에 달하는 급증세이다. 특히 증가액의 대부분인 3조2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즉 4·1 대책 내용에 금융 규제 완화 정책이 포함되면서 무리한 빚으로 주택 매입에 나선 사람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결정은 부동산 시장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호재거리겠지만 심각한 가계 빚을 고려했을 때 위험한 도박이나 다름없다. 한국은행 총재마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성이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개인 가처분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이 135.6%로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신용카드 대출은 다중채무자의 부채 상환 능력이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정부가 저신용 저소득 계층의 고금리 빚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했던 서민금융 상품의 연체율은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햇살론은 1년여 만에 연체율이 9.8%로 2배 가까이 뛰어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위험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러한 때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 금융시장의 위험 관리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를 내리면서 국민에게 ‘빚을 늘리라’는 시그널을 적극적으로 보내고 있지 않은가. 국민행복기금 논란 속에서 많은 채무자를 ‘빚을 떼먹고 있다’는 오명에 시달리게 하더니 이제는 부동산 시장 살리겠다고 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까지 완화시켜 가면서 무리해서라도 빚을 내라고 한다.

일촉즉발의 금융시장 위기 관리와 건설 업계의 줄도산이라는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정책 선택의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지난달 세제 혜택과 가계부채 관리를 포기한 듯한 화끈한 규제 완화책을 담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정부가 금리 인하까지 모든 카드를 꺼내든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렇게 금융시장 위험을 과감히 무릅쓴 부동산 대책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점이다. 부동산 중개 업계에서는 매도자의 기대심이 크게 상승하면서 매도 호가가 크게 오르고 있지만 실제 거래는 기대만큼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금융시장이 안정된 시기였다면 쌍끌이 호재에 해당될 온갖 규제 해체와 금리 인하가 매도자만 흥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잠재적 주택 수요자들 중 상당수는 전세 불안 속에서도 빚을 내서 집을 살 만큼의 여유가 없다. 또한 주택 시장이 2007년까지의 호황을 재현할 것이란 믿음도 크지 않은 것 같다. 전세가격이 주택가격의 60%를 돌파했다고 하는데도 전세 사는 사람들이 나머지 40%를 빚부담으로 주택 매입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도 아니다. 매도자 입장에서 대단한 호재로 여기는 정부 정책이 많은 사람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호가를 마구 올려도 될 것이란 기대는 아무래도 과거에 대한 향수에 기반한 착각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제윤경 | 에듀머니 대표>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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