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공개하고 있는 조세피난처의 유령회사 주인들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그중 유명 연예인의 남편이기도 하고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증권과 국제금융 분야의 전문가도 포함돼 있다. 그는 주가 조작을 통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해외로 도피한 와중에도 6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한다.

주가 조작으로 번 돈, 즉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을 속여 번 돈을 세금까지 떼먹기 위해 해외 조세피난처를 이용했다니 말 그대로 ‘고도의 재테크 실력자’다. 이쯤되면 그는 재테크의 황제 정도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외환위기 이후부터 불어닥친 재테크 열풍은 따지고 보면 머니게임이다. 재무 테크놀로지라는 의미의 재테크는 고도의 재무설계 기법으로 남들보다 더 많은 투자 수익을 챙기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남들보다 더 많은 수익을 챙긴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재테크가 머니게임일 수밖에 없는 비밀이 여기에 숨어 있다. 가치와 이익을 정당하게 공유하거나 분배받는 것을 뛰어넘어 더 많은 수익을 챙기는 재무 테크놀로지는 결국 누군가의 손실을 전제로 한다.

아파트 한 채를 기가 막힌 타이밍에 매입해 2억원가량 가격이 오른 뒤 되팔았다고 가정해 보자. 아파트 매각 차익 2억원은 누군가가그만큼 비용을 지불한 것이다.

한때 직장인들의 ‘로망’이었던 상가나 오피스 빌딩의 월세 벌이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는 건물에서 꼬박꼬박 나오는 월세로 노동 없는 소비가 가능하겠지만 그 달콤한 공돈은 다른 누군가의 노동 소득이 이전한 결과이다. 재테크 유행은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휩쓸 정도였고 중산층들로 하여금 부동산과 펀드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만들었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불로소득이란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되었다. 공정하지 않은 소득 혹은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것으로 의심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불로소득은 어느새 재테크라는 이름으로 언어세탁돼 하나의 실력과 능력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부자 아빠와 가난한 아빠가 나뉘고, 일만 해서 돈 버는 사람은 무능한 사람이라는 자괴감을 갖기에 이르렀다.

상담과 교육 과정에서 많은 직장인들 혹은 주부들이 이런 열패감을 하소연한다.

어느 주부는 평생 남편이 벌어다 준 돈을 아껴 쓰고 저축만 하며 살아온 자신이 자랑스럽기는커녕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주위의 다른 주부들은 재테크를 통해 자산을 키우고 있는데 자신만 무능해서 가정경제에 아무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의 재테크 성적은 대개의 경우 서글픈 결론으로 치닫고 있다.

한때 아파트 투자로 눈부신 상승 차익에 흥분했지만 지금은 집에 딸린 빚 때문에 하우스푸어가 되는 것을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가계 빚의 70% 가까이가 상위 40% 소득자에 몰려 있다. ‘부자되세요’가 유행어가 되고 재테크가 직장인의 필수 코스로 인식되었지만 빚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재테크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재테크라는 머니게임에 열심이었지만 중산층은 승자대열이 아니라 누군가의 공돈 주머니를 채워준 패자 대열에 내몰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누가 승자가 되었을까? 인사청문회 때마다 등장하는 청문회 후보들의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들을 떠올려 보자. 그들의 화려한 자산규모를 감안해 볼 때 그들은 승자임이 분명하다. 주가 조작으로 수배 중인 조세 회피지역의 대범한 투자자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재테크는 승자가 결정되어 있는, 각본 있는 게임인지도 모른다. 집 주위에 전철이 개통되고 대형마트가 들어서니 곧 아파트 가격이 오를 거라 희망하던 순진한 투자자들은 처음부터 승자가 될 가능성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윤경 | 에듀머니 대표>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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