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행복주택과 지방자치단체의 임대주택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행복주택 공청회에서는 인근 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서울시가 추진하는 장기 전세 주택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반대 이유는 문화시설 부족, 학교 과밀화, 주차 및 교통 문제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그 밑바탕에는 집값 하락과 임대주택 기피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7년까지 이어졌던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고 최근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임대아파트가 늘어나는 것은 자가 소유자에게는 악재일 수 있다. 공공 임대아파트가 늘어나면 그만큼 주택을 사고자 하는 잠재 수요를 줄이기 때문이다. 행복주택의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민간 임대료 수입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자가 소유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즉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공공 임대주택 확대는 주택 소유자에게는 재산권 침해로 여겨질 수 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임대주택은 주로 저소득층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가다보니 못사는 동네라는 낙인이 따라붙는다. 거주민은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면 계층간 위화감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결과적으로 자가 소유자는 재산권의 위협 때문에, 세입자는 임대주택에 대한 계층적 거부감 때문에 공공주택 공급에 대해 지역민심 전반이 부정적인 여론으로 모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행복주택과 지자체의 장기전세 주택 확대 정책에는 주거 공공성 확보라는 명분이 전제되어 있다.

지난 이명박(MB) 정부 5년간 ‘전세 난민’ ‘렌트 푸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주거 안정성이 크게 후퇴했다. 부동산 정보업체가 조사한 MB 정부 출범 후 임기 말까지의 전세 변동률을 살펴보면 5년간 전국의 전셋값은 37% 폭등했다.

전세가격이 폭등한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공공 주택의 부족과 주거 약자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취약하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주거 안정이 확보돼 있는 유럽 선진국은 공정임대료 제도를 통해 민간 임대시장에서의 임대료 폭등을 규제하고 있고, 공공주택을 20% 이상 공급함으로써 주택 가격의 안정을 유지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주택임대차 보호법에서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2년간만 보호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된 후 2년마다 전세 폭등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공공 주택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임대료가 하락하는 것은 당장 집주인에게는 재산권의 침해일 수 있으나 2년마다 전세금 인상과 전세 난민이 될까 우려하는 세입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세입자들이 더 크게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뉴타운이 크게 유행하던 시절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었다. 집주인은 대규모 개발로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심으로 뉴타운 정책에 환호했고, 세입자 또한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이유로 뉴타운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뉴타운 정책은 일부 투자자를 제외하고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의 뒤통수를 쳤다.

집주인들에게는 집값 상승이 막을 내리면서 막대한 분담금을 부담하더라도 본전도 못 찾을 애물단지가 됐다. 세입자에게는 대규모 개발로 인해 전세금이 폭등하고 심지어 살던 지역에서 쫓겨나야 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주택 재개발사업의 수도권 원주민 재정착률은 평균 34%라고 한다. 주거 공공성보다 재산권에 기댄 정책의 불행한 결말이다. 당장은 집값과 임대료 하락이라는 손해가 발생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주거 공공성 확대로 인한 주거 시장의 안정은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한때 활발한 상권 덕에 높은 임대료 수입을 챙겼던 이대 뒷골목의 상가 주인들이 현재 협동조합을 추진 중이다. 상권이 죽으면서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한 상인들이 떠나 결과적으로 상가 주인들도 함께 어려워졌다는 자각이 일어난 것이다. 공생이 아니면 공멸이 된다는 자각인 셈이다.

<제윤경 | 에듀머니 대표>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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