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인 이모씨 가정은 처음부터 하우스 푸어가 아니었다. 부인의 소득도 꽤 높은 편이었고 남편이 운영하는 음식점도 꽤 경기가 좋았다. 월수입이 900여만원 정도여서 주택 구입을 위해 1억원가량 대출받는 것이 위험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매월 60여만원의 원리금만 지출하면 돼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문제가 된 것은 남편의 사업이었다. 경기가 점점 나빠지고 주변의 상권이 새로 입점한 대형마트로 옮겨가면서 남편의 가게가 있는 골목은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적자가 누적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남편의 사업자금을 위해 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아파트 시세에 비해 대출한도는 여유가 있었고 금리가 낮아 사업자금을 위해 대출을 늘리는 것도 당장 가계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담보대출 여력은 없는데 가게는 호전될 기미가 없고 점점 사업 적자가 가계경제 적자로 이어졌다. 카드 결제금이 모자라게 되고 한두 장의 카드를 돌려쓰다 결국 카드론까지 이용하게 되었다.

문제는 카드론의 이자율이다. 부부 모두 자신이 갖고 있는 각자의 카드에서 카드론을 썼는데 직장인인 부인의 카드론 대출 금리는 10%대 초반이다. 그러나 남편은 자영업 종사자이고 카드를 돌려쓰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해 27%의 고리를 부담하고 있다. 카드론 대출 금액은 3200만원으로 은행의 담보대출 2억5000만원의 1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출 이자는 담보대출의 20년 원리금 상환액이 매월 90여만원인데 남편의 카드론 대출 원리금이 90여만원이고 부인은 현재 이자만 10여만원 지출하고 있다. 물론 남편의 카드론은 24개월 분할상환이기 때문에 은행의 담보대출에 비해 월 상환금액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이자율이 은행이 4%인 반면 카드론은 27%로 거의 7배의 금리차다. 불황으로 인해 기존 담보대출도 감당하기 힘든데 고금리 카드론까지 현금흐름을 압박하면서 현재는 매월 100여만원씩 적자가 쌓여가고 있다. 이 또한 현재는 카드를 돌려쓰고 리볼빙 결제(최소 결제)를 하면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는 카드론 모범규준을 만들어 평균 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또한 소비자가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을 개정해 시행하겠다고도 한다. 카드론이 약탈적 이자를 받고 있다는 인식 아래 방침을 내놓아 다행스럽다.

그러나 카드론 대출의 가장 큰 문제는 단지 금리 부과 방식에만 있지 않다. 카드론 대출 이자는 이자제한법상의 법정 최고이자율인 30%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대신 대부업법상의 최고이자율인 39%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대형 금융기관이면서도 대부업체 수준의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신용등급에 따라 최악의 경우 30% 이상의 폭리를 부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카드사들은 신용등급이 조금만 떨어져도 10% 초반의 이자율을 갑자기 20% 이상으로 높이기도 한다. 고객의 신용등급이 떨어졌기 때문에 이자율을 갑자기 높인 것은 정당하고 여전히 최고이자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론 금리는 평균 15.5%였다고 한다. 금융위가 항간의 약탈 금리라는 지적을 의식해 금리 인하 유도를 시행한다지만 사실상 카드론이 적용받고 있는 법정 최고 이자율인 39%는 ‘살인금리’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상담을 해보면 카드론을 이용하기 시작한 고객들은 현금흐름 개선의 여지가 거의 전무한 상태로 전락한다.

암세포가 온몸에 퍼져 손을 쓸 수 없는 암환자처럼 카드론을 이용하기 시작하면 주택이 있는 경우 결국 경매로 결론이 나거나 고금리 때문에 리볼빙과 캐피털 등의 다중 채무자로 바로 직행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금리 인하를 유도할 것이 아니라 과감히 카드론 등 제도금융권의 최고 이자율 규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 25% 이상의 고금리를 버틸 서민은 거의 없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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