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이 심각하다.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전셋값 인상, 전세의 월세 전환 등 세입자들은 철저한 주거 약자로 ‘을’의 설움에 폭발 직전이다.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부동산 거래 활성화와 관련된 정책부터 내놓은 바 있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심각하기 때문이지만 심각한 문제로 치면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문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선거 공약이었던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만 믿고 있다. 23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이 정책은 이름처럼 ‘목돈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가 아닌 빚을 늘리라는 제도이다. 주거복지를 확대하거나 과도한 재산권 남용을 규제함으로써 주거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정책을 통해 전세 대란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야권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주택 전·월세 상한제나 임대차 보호기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 임대차 보호법에 대해서 정부 입장은 부정적이다. 집을 소유한 사람의 재산권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식 이상으로 재산권을 행사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장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이다.

현재 주택 임대차 보호법 안에는 이미 기본 1년 계약 이후 1회에 한해서 세입자가 주거 연장을 선택할 수 있다. 즉 2년까지는 세입자의 의사에 의해 계약이 결정된다. 현재의 주택 임대차 보호법에서도 정부의 ‘시장 만능’의 원칙에 어긋나는 내용이 있는 셈이다. 법 개정안의 골자는 세입자 주거안정을 2년에 한정하는 것에서 최소한 4년까지 세입자가 원하면 계속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2년은 되고 4년은 시장원칙에 어긋난다는 정부의 입장은 모순이다.

시장원칙이라는 구호하에 모든 문제 해법으로 정부는 금융정책을 선호한다. 금융정책은 시장 원칙에 부합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의 금융정책도 그 자체가 인위적 개입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부 보증으로 한도 이상의 대출을 일으켜 전세금을 올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책의 이러한 방향은 집주인에게 대단히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

집주인의 재산권에는 전혀 제동장치를 걸지 않으면서 세입자에게 ‘빚을 내서라도’ 전세금을 올려주도록 하기 때문이다.

보증을 통해 대출을 확대하는 금융정책 또한 가격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반시장적 정책이다. 시장흐름에 맡겨야 한다면 수요자의 구매력 범위 내에서 가격이 결정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금융을 공급하는 것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고 그것으로 시장 가격은 상승하는 방향으로 왜곡된다.

따라서 시장원칙 운운하며 세입자 보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인위적 수요 확대정책에만 힘을 쏟는 것은 사실상 앞뒤 안 맞는 태도이다.

게다가 가계 부채가 심각하고 가계 가처분 소득 수준이 떨어지면서 경기 전반의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집값은 정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떨어지고 있고 전세금을 떼일 위험에 처한 가구가 19만 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이미 주택 가격 대비 전세금 비중이 63.5%이고 정부의 금융 공급으로 전세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깡통 전세는 더욱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하우스 푸어의 위험을 전세입자에게까지 전이시키는 결과를 만든다.

주택 소유주의 재정 건전성 문제가 사회적 약자에게 넘어갈 위험 앞에서 정부 정책 방향은 가격 통제를 통한 위험 관리 및 시장 안정이어야 한다. 우윳값 몇백원 인상에도 정부가 물가통제를 말하지 않았는가. 한 가정의 미래가 송두리째 바뀔 만큼 위험한 주택시장에서 적절한 가격 통제를 하지 않고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것은 명백한 정책 오류일 뿐 아니라 집 부자와 자산가들 입장만을 반영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가격 상한 억제는 ‘반시장적’, 대출 확대가 불러올 가격 상승 유발에 대해서는 ‘시장적’이라는 식의 억지를 그만두어야 한다.

<제윤경 | 에듀머니 대표>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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