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관심은 온통 동양그룹 사태에 집중되어 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 및 동양의 실세로 회자되고 있는 동양네트웍스 김철 대표까지 증인으로 출석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5만여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입은 이 사건에 대해 동양그룹은 철저하게 역할 분담을 하고 나온 듯한 태도를 보였다.

동양그룹의 현 회장은 ‘남은 생을 속죄하고 살겠다’며 말뿐인 속죄의 태도를 취했다. 그에 비해 동양증권은 책임이 없다며 투자자 책임으로 떠넘긴다.

이로써 살아있는 기업은 책임을 회피하고 이미 법원의 회생절차를 밟으며 법적으로 책임을 모면한 기업 대표만이 말뿐인 책임으로 사태를 매듭지으려 한다.

여론의 화살은 현재 동양증권보다는 동양그룹에 향해 있다. 판매사인 동양증권의 직원이 자살하고 노조가 침묵시위까지 벌이면서 언뜻 동양증권조차 투자 피해자와 다를 바 없는 희생양인 듯 비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양증권의 판매 책임은 여론의 비난으로부터 살짝 비켜서 있다.

그러나 지난 18일 국감 중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공개한 2009년 금감원이 동양증권과 체결한 MOU 전문을 보면 동양증권의 도덕적 해이 수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MOU 전문을 살펴보면 금감원은 당시 동양증권의 동양그룹 회사채 판매가 몰고 올 금융 피해를 어느 정도는 예측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투자자 보호 노력을 위한 조항으로 ‘계열회사들의 재무 상태가 매우 부실하며 해당 회사채의 신용평가 등급이 투자 부적격 등급이라는 사실을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법 제46조에 의한 적합성 원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면서 ‘적극투자형 또는 공격투자형 이외의 고객에 대해서는 계열회사의 회사채 매수를 권유하지 아니한다’라고까지 구체적인 판매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만약 금감원이 동양증권에 제시한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5만여명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을까.

피해자 대책위 소속 한 간부는 전화로 약정을 체결하고 자필서명조차 직원이 대신했으며 약정서 사본도 최근 사태가 불거진 이후 본인이 요청한 뒤에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그 투자자가 ‘투자 부적격 회사의 채권이며 재무 상태가 매우 부실하다’는 말을 듣고도 전화상으로 간단한 투자 약정을 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증권사 직원들이 평소의 친분을 이용해 전화상으로 안전하게 고금리를 벌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회사채를 판매했던 과정은 단순히 불완전판매 수준이 아닌 사기 판매라고 주장한다.

투자 피해자들의 이와 같은 주장은 과하지 않다. 오히려 금융권이 말하는 불완전판매라는 말은 전화로 투자 부적격 회사의 채권을 안전한 고금리 상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행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투자자로 하여금 사실을 다르게 인식하게 만들어 잘못된 의사결정을 고의적으로 유도했다는 측면에서 사기 판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물론 금감원은 2009년 동양증권의 사기 판매 위험을 눈치는 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투자자 피해가 확실시되는 지금 국회에서 사기 판매에 대해 정작 판매사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사과를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투자 부적격 회사에 대한 투자를 안전한 고금리 투자로 둔갑시킨 판매사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에 따라 부실한 계열회사의 채권을 속여서 팔았을 경우 반드시 투자금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금융의 당연한 정의가 상식이 되는 선례를 남겨야 할 것이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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