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깡통전세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 보호를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전세 보증금은 서울시의 경우 7500만원, 수도권은 6500만원, 광역시와 기타 지역은 5500만원과 4000만원 이하의 전셋집만 보호를 받는다. 즉 서울시에서 7500만원이 넘는 전세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면,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한 푼의 전세금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대차보호법 안에 전세보증금 보호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서울시의 평균 전셋값이 2억원을 넘는 등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있으나마나한 법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에서 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김태원 의원의 개정안은 주택 가격의 2분의 1 범위 안에서 보증금 중 1억원까지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깡통전세가 36만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깡통전세는 집주인의 원리금 부담이 지나친 가구를 의미한다. 즉 자기자본 없이 은행의 대출금과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주택에 무리한 투자를 한 집주인이 36만명 이상이라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보증금과 대출금이 집값의 70% 이상이거나 대출금이 집값의 50% 이상인 경우를 깡통주택으로 본다. 만약 주택 가격 하락이 좀 더 심해지면 깡통주택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 보증금 보호를 확대하기 위해 법을 고치는 것은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다만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이 배제된 채 사후 보호제도만 개정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사실상 전셋값 폭등과 깡통전세의 문제 이면에는 현 정부·여당의 정책 실패가 큰 몫을 차지한다. 애초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해 전세계약에서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고 전세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을 펼쳤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민주당에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중 세입자의 계약 갱신 청구권 연장과 임대료 상한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소한 4년까지만이라도 세입자가 안심하고 전세계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 개정안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를 고수했다. 일반 생활물가에 대해서는 가격 통제를 자주 언급하는 정부가 정작 물가 항목 중 가장 큰 부담인 주거비에 대해서는 무심한 태도를 고집한다. 심지어 심각한 전세난 대책으로 기껏 내놓은 정책이 전세금 대출 확대안이었다.

이러한 정부의 금융정책은 집주인들이 맘놓고 전세금을 올려받도록 부채질하는 결과를 만들었고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부채를 더 늘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깡통주택까지 늘려 버렸다. 전세 보증금 보호제도를 확대 강화하는 것은 반갑지만 깡통주택을 늘려놓고 다시 깡통전세를 보호하겠다고 하니 이런 황당한 친절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여당은 근원적인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전세금 보호제도 확대와 더불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전세계약을 연장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세입자에게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

민주당이 제출한 개정안에서는 4년까지는 세입자가 주거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사실상 좀 더 길게 보호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계약을 갱신할 때에도 전세금을 상식 이상으로 올려받지 못하도록 공정임대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더 나아가 선진국처럼 퇴거 불응권까지 줌으로써 집주인의 재산권 보호에 앞서 국민의 기본권인 주거권을 보호해야 한다.

이번에 내놓은 전세금 보호를 위한 개정안의 내용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그냥 표를 의식해 개정안만 내놓고 말 것인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추진할 진정성이 있는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왕 파격적으로 법을 고치려면 근본적인 주거안정을 위한 내용들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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