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부터 가계 부채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기는커녕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완화해 가계빚을 크게 늘렸다. 박근혜 정부 또한 다르지 않다. 야당의 평가대로 새 정부 1년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6년으로 평가해야 할 정도다.

집권 초부터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정상화하겠다고 금융과 관련한 온갖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전세난으로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돈을 더 빌려주겠다’는 대안을 유일하게 제시했다. 그 결과 올 2월 이후 9개월 연속 빚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점점 가계빚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 전체 가계 대출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2년 전 50%에서 현재 48.7%로 감소한 반면 제2금융권의 대출 비중은 44%에서 45.2%로 상승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와 여당은 빚으로 특히 고금리 빚으로 신음하는 국민들의 고통을 더 가중시키기로 작정한 듯하다. 대부업 대출의 살인적인 39% 최고 금리를 인하하라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황당한 논리로 대부업체 편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정무위에서는 여야가 대부업의 금리 상한 일몰제 연장에 대해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야당은 대부업의 상한 금리인 39%를 이자제한법상의 30% 수준으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고 한다. 금융위는 어디서 나온 자료인지 모르겠으나 금리를 낮출 경우 74여만명에게 신용차단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금융위가 선진국의 두 배에 가까운 고리 대출을 마치 정상적인 신용상품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위가 우려할 일은 저소득, 저신용 계층에게 살인적인 고리 대출 공급이 안될까가 아니라 그들이 고리 대출을 견딜 수 있을까여야 한다.

서울연구원과 에듀머니가 진행한 서울시민 가계부채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부업 대출 이용자의 90%가 타금융권 대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출 목적을 묻는 질문에 39%가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서라고 답했고 생활비가 부족해서라는 응답도 32%나 되었다. 생활비 부족은 이미 그 안에 기존 대출이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 또한 기존 대출 상환이라는 응답과 다르지 않다. 결국 대부업 대출 이용자들은 이미 빚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에서 이야기하는 신용차단 계층은 39%의 고금리 대출이 아니라 적극적인 채무 조정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저소득층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약탈적 대출, 무책임한 대출로 간주한다. 상환 능력이 안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다른 식으로 이득을 취할 목적이 숨어 있다고 본다. 물론 금융위는 저소득층들이 음성화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 우려된다고 말하며 대부업체 편을 드는 자신들의 맨얼굴을 감춘다. 불법 사금융이 걱정된다면 금융감독 당국에서 취해야 할 조치는 단속과 처벌의 강화여야 한다.

최근 대부업체의 달라진 광고 콘셉트를 보면 공략하려는 고객층이 20~30대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젊은 연인을 등장시키거나 신입사원 이야기로 전개되는 광고 내용은 지나치게 설득력이 있어 섬뜩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새내기들이 경제생활을 시작함과 동시에 39%짜리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정상일까?

민주당이 제시하는 30% 금리 제한도 낮은 수준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다른 선진국과 같이 20% 아래로 이자 제한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단계적 제한도 서민의 급전을 위해서라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전제로 고집하는 금융위는 오히려 대부업 시장의 성장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 분명하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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