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심적 계좌를 갖고 있다. 즉 마음속에 회계장부와 같이 돈의 출처와 사용용도에 대해 결정짓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계좌는 많은 오류를 갖고 있다. 이런 오류로 같은 크기의 돈이라도 경우에 따라 달리 인식한다.

예를 들어 청바지 한 벌을 산다고 가정해 보자. 디자인과 색상 모두 만족스러운 옷을 사려고 마음먹는다. 가격은 2만 원이다. 그런 옆에서 친구가 고급 정보를 준다. 할인점에 가면 똑같은 옷을 50퍼센트 할인해서 판다는 정보였다. , 한참 떨어진 할인점에 가려면 다시 날을 잡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다소 불편하긴 해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말에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 만 원을 아낄 수 있다면 일부러 찾아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120만 원짜리 TV를 산다고 가정해 보자. 친구가 이번에도 정보를 준다. 할인점에 가면 만원 저렴한 119만 원에 살 수 있다. 앞의 상황과 똑같이 다른 날 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러나 120만 원짜리 TV를 사면서 만 원 할인 받는 것은 주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우리 마음속의 회계장부는 50퍼센트로서의 만원과 약 8퍼센트로서의 만원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게 만든다.   

마음속 회계장부는 빚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결정하게끔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신용 대출은 빚으로 여기는 반면 마이너스 통장은 비상금으로 여긴다. 언제든 꺼내 썼다가 채워 놓기만 하면 결과적으로 빚을 내지 않았다고 여기게 만드는 구조 자체가 함정인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약간의 통제권을 가졌다고 믿는 사람은 자신의 성공 가능성을 실제보다 높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이미 심리 실험에서도 입증되었다.

 다음은 마이클 모부신의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에 소개된 실험이다.  

@한 연구에서 1달러를 걸고 50달러를 받을 수 있는 제비 뽑기에 참가한 두 그룹의 회사원에게 카드를 뽑기 전에 자신의 카드를 얼마에 팔 것인가를 물었다. 참고로 한 그룹은 제비 뽑기의 카드를 자신이 직접 고르게 했고 다른 그룹에는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선택권이 있었던 그룹은 자신의 카드를 평균 9달러에 팔겠다고 했고 선택권이 없었던 그룹은 2달러 이하를 제시했다@  


마이너스 통장의 함정도 바로 통제력에 대한 과신에서 시작된다.
급할 때만 잠시 꺼내 쓰고 다시 채워 넣겠다는 의도였으나 결국 다시 채워 넣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는 전혀 급할 게 없는 상황인데 일상적으로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빼 쓴다. 마이너스 통장을 유지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한도 대부분을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과신 때문이다. 이처럼 통제력에 대한 믿음은 현실에서 그대로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마이너스 통장에서 나오는 돈이 빚이라는 인식도 부족한데다가 언젠가 채워 넣으면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한다. 당연히 상환하겠다는 계획 자체를 세우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대단히 비싼 금융 비용을 아무렇지 않게 지불하고 살아간다.

돈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흔히들 논리적으로 접근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결정하게 된다. 마이너스 통장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든 통장 잔액 안에서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아껴 쓰는 노력이 꼭 필요한 때였다.  

인터넷뱅킹이 보편화되면서 웬만한 금융 거래는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바뀐 환경에 비해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통장의 잔액 조회를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계좌 이체를 하기 위해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굳이 잔액을 매번 확인하고 알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만 있으면 당장 현금이 없어도 손쉽게 소비할 수 있는 요즘 세상에서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부족한 카드 대금도 손쉽게 메울 수 있다. 생활비가 떨어져도 마이너스 통장만 있으면 당장의 걱정은 없다. 물론 다음 달에 얼마의 돈이 필요하게 될지, 이번 달에 얼마를 썼는지도 따져 보지 않는다. 돈이 없어도 돈을 쓸 수 있으니 통장에 얼마가 들어오고 빠져나갔는지, 남은 돈이 얼마인지 몰라도 생활에 불편이 없다. 미리 계획한 대로 돈을 쓰는 것은 제쳐 두고 결제금이라도 한 번씩 챙겨야 했던 월급날도 문제가 없다. 마이너스 한도가 바닥날 때까지는 한가하게 보낼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던 처음에는 가족 행사처럼 갑작스럽게 목돈이 필요한 비상시에만 쓰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회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돈에 대한 긴장감도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고마운 마이너스 통장이 생긴 후부터 사소한 일상도 비상사태로 인식되고 결국은 끊임없이 갈구하게 될지 모른다. 언제든지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이 정말 고맙게 여겨지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빚을 멀리하던 시절은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만큼이나 까마득해졌다. 부부에게는 매달 빌린 돈을 갚으라고 칭얼대지 않는 마이너스 통장이야말로 최고의 금융 상품일 것이다. 게다가 알아서 갚을 때까지 너그럽게 기다려 주니 편리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마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 고마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매월 월급날조차 마이너스에서 헤어나지 못해 평생 빚 갚는 인생에 메이게 될 것이란 공포심과 직면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 공짜의 유혹만큼 그 끝이 잔인한 것은 없는 법이다.

 


Posted by 제윤경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ray ban wayfarer sunglasses 2013.05.02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을 졸겨야 할 시간은 지금이다. 행복을 즐겨야 할 장소는 여기다.Topics related articles:


    http://soliloquy4u.tistory.com/archive/201301 新建文章 8

    http://playfactory.tistory.com/289 新建文章 1

    http://alldpf.tistory.com/archive/201109 新建文章 7

    http://octore.tistory.com/83 新建文章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