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들의 고민거리 중에 하나가 아침에 등교할 때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에 대한 것이다. ‘이 셔츠는 엊그제 입었는데?’, ‘이건 유행이 지났어’, ‘이건 주말에 입으려고 빼둔 거고’. 하나하나 제외시켜 나가다보면 꽉 차 있는 옷장에 입을 옷은 하나도 없다.


 

널 위해 준비하다 보니…

결국 아무거나 꺼내 입고 집을 나서지만 요즘 계속 같은 옷만 입고 나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영 찜찜하다. 이대로 등교하면 친구가 분명 ‘넌 옷도 없냐?’하며 흉을 볼 것 같다. 왠지 교복 입고 다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입을 옷이 없다는 생각에 새 옷을 사보지만 몇 번 입다보면 또 다시 입을 옷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생각은 조명효과라는 심리 현상에서 기인한다. 연극 무대에 선 주인공의 머리 위에는 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그 조명은 주인공이 움직일 때마다 따라다녀 관객들이 주인공에게 주목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행동이 자유로울 수가 없다. 늘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야 하다 보니 유행이나 사회 분위기에 맞춰가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에 주로 돈을 쓰 다보니 소비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지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구입했다면 물건에 대한 애착이 생기겠지만 나 자신의 욕구보다는 사회적인 요구를 따라서 구입하기 때문에 물건에 대한 애정이 잘 생기지 않는다. 자연히 조금 지난 물건들은 하나하나가 짐으로 보이게 된다. 실컷 돈 써놓고도 내가 쓴 돈으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특히 소비를 통해 내가 누구이고자 하는지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대중매체이다. TV 속에서의 연예인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착용하고 있는 액세서리들은 순식간에 유행이란 이름으로 번져간다. 유행에 따르는 소비로 인해서 결국 나 자신의 정체성은 소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욕망은 결과적으로 나 자신을 다른 집단과 구별하고 다른 집단의 동경을 불러일으키려는 우월의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러한 구별은 나 자신의 본질적인 차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차이다.

 

사실 난 너한테 관심 없는데…

어느덧 최신형 제품을 사는 얼리어답터가 되고 최신 유행을 앞서 가는 신상녀가 된다. 사람들에게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 또는 없어 보이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기꺼이 돈을 쓴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 할인 카드를 뒤적이거나 쿠폰을 챙겨서 다니면 혹시나 나를 짠돌이로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직장인들 중에서는 현금으로 결제를 하면 나를 신용 불량자로 오해할까봐 다른 사람들 앞에서만큼은 꼭 신용카드로 결제한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꼼꼼하게 가계부를 적는 모습을 보이면 궁상맞아 보일까봐 돈에 대해서 늘 여유 있는 척하며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나 자신의 욕구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 하기에 늘 마음 한구석은 무언가 찜찜하고 불편하다.

코넬대학의 톰 길로비치 교수의 실험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 학생에게 남들이 보기에 민망할 법한 그림이 들어간 티셔츠를 입힌 후 강의장에 들여보냈다. 강의가 끝난 후 같이 수강한 학생들에게 그 학생이 어떤 셔츠를 입었는지, 셔츠의 그림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봤다. 무늬가 눈에 잘 띄는 데다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들어간 셔츠임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억해내지 못했다고 한다. 반대로 티셔츠를 입고 들어간 학생 본인은 적어도 절반 정도는 티셔츠를 기억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즉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나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인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도 조명이 자신에게 쏟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공이고 다른 사람은 그냥 엑스트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역시 자기 자신에게 신경 쓰느라 다른 사람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즉 남들이 볼 것 같다는 생각에 외적인 것에 집중하게 되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나 자신만 다른 사람의 평가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고민하며 세상의 주인공으로서 자신감을 갖고 사는 것은 좋지만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돈 쓰는 곳 말고 내가 돈 쓰고 싶은 곳에 돈을 쓸 수 있게 된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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