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년도 벌써 절반을 넘어섰다. 지루한 장맛비와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을 피해 산과 들로 혹은 조금 여유가 된다면 해외로 바캉스를 나선다. 달력을 넘기다 보면 우리는 무수히 많은 기념일과 연중 행사로 매월 매월이 숨가쁘게 넘어감을 확인할 수 있다. 설과 추석이라는 큰 명절을 기준으로 부모님 생신과 아이들 생일, 결혼 기념일과 친인척 경조사, 혹은 지인들의 경조사까지…….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기념일 챙기는 게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신용카드나 수 많은 대출 상품덕택에 연중 무수히 많은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굳이 지갑의 사정을 눈치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갑의 두께와 상관없이 돈이 완전히 떨어지는 경우도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다. 물론, 위와 같은 지출 행태란 계속 수입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분명한 사실은 현금이되었든 혹은 신용카드가 되었든 이와 같이 편리한 소비 양상 덕택에 돈의 참된 가치와 부정적 가치에 대한 판단도 더불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물을 챙기거나 선물을 받는 날이 딱 어느 하루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만 스무 살이 되는 해에는 성년의 날에도 기념일을 챙기지만, 생일이 되면 또 다른 선물을 받고 외식을 한다. 결국 생일, 크리스마스와 명절 그리고 기념일 등 연간 최소 3회 이상을 특별한 날처럼 선물을 통해서 챙기지만, 위와 같은 기념일은 매년 돌아오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날들이 되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구입하고, 그렇게 구입한 특별한 물건이나 선물은 다른 물건들 곁으로 숨어버린다. 새로 구입한 물건에 대한 관심은 아주 빨리 시들어 버린다.

 

소비에 중독된 아이들

현대 사회에서 살면서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작 끊임없이 소비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러한 행태가 과연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방안 가득 쌓여가는 아이들의 장난감과 동화책, 일 년에 최소 세 번 이상의 특별한(?) 기념일을 통해 선물을 자주 받는 아이들, TV와 게임기에서 눈을 못 떼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그저 방치한 채로 해결안을 찾지 못 하는 부모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린이 90%가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고, 이 중 50%의 남자 어린이는 매일 온라인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는 조사 보고서를 보더라도 아이들의 미디어 중독현상은 심각하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 놀아줄 시간이 없는 부모들은 시간 대신 돈으로 부모의 빈자리를 메워준 결과이자 대가다.

 

미디어에 일찍 노출된 자녀일수록 언어 발달 능력이 더디게 나타나며, 특히 넘치도록 쌓여 있는 장난감으로 인해 아이들이 자유로운 놀이를 통해 발달시킬 수 있는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능력을 죽이고 있다고 소비에 중독된 아이들이라는 책에서 저자인 안드레아 브라운은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증세가 날로 심각해 질 경우, 아이들은 소비 자체에 집착하며, 오로지 소비를 통해서만이 자신의 존재감과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중독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부모의 지나친 물질적인 보상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닌 아이에게 ‘독’이 되고 있으며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도 점점 더 멀어지도록 만드는 역효과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장난감을 통한 보상의 역할을 하는 소비에 대한 중독 현상은 만족보다는 소유 자체에 대한 욕망만을 키울 위험이 있어 자녀들이 점점 중독에 깊이 빠질 위험이 높다. 모든 문제를 소비로 해결하려는 부모의 행동으로 인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소비’에 중독되어 가며, 결국 아이가 미래 소비, 도박, 마약 등의 더 큰 유혹에도 빠질 우려가 있는 독버섯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소비의 참된 가치를 찾는 즐거운 여정


매번 주마다 혹은 기념일마다 반복되는 선물 사주기 혹은 피상적인 선물 교환의 일회성인 이벤트에서 벗어나 보는 것은 어떨까? 선물을 주고 받는 본래의 의미를 되찾자는 뜻이다. 이미 작년에도 기념했고, 올해도 또 그 다음해에도 기념을 해야 한다면 그 지루한 반복에서 탈피해 보도록 하자. 그렇게 주고 받은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르고 혹은 오히려 짐만 된다면 기성품이 아닌 직접 만들어 보는 물건을 선물하는 방법은 어떨까?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는 시점에 미국에서 생긴 CC <Cultural Creatives> 즉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처럼 요즘 우리 주변에서도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소비하거나 혹은 선물을 하는 이들이 점차로 증가하고 있다. 조금 서툴고 볼품 없어도 세상에 딱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라는 의미에서 분명 남다르며 물건에 대한 싫증이나 후회가 금방 생기지 않아 잡동사니 취급을 받을 확률이 없다.

 

또는 새 것이 아닌 중고의 물건을 선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머니가 당신의 결혼식 때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자신의 딸 결혼식 때 수선하여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몇 천 만 원짜리 혹은 몇 백 만원으로 단 한 번 입기 위해 빌린 일회용 드레스만 못 할 수도 있지만, 엄마의 손떼가 묻은 혹은 엄마의 특별한 이야기가 깃든 그 웨딩드레스는 남다를 수 밖에 없으며 결혼식에 임하는 딸의 마음도 특별할 것이다.

 

소비에 중독된 아이들을 위해서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장난감이 없는 가정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가 어렸던 시절, 집안에서는 아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장난감을 사줄 형편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절,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집 주변의 자연 속에서 장난감 혹은 놀이 도구를 직접 만들어 가지고 놀며 아이들끼리 역할극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놀았던 기억들이 있다.

 

즉 장난감이 없다고 아이들이 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며 자기만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발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위와 같이 할 수 없다면, 특별한 시간을 투자하자. 신용카드로 구입한 새로운 물건 하나로 그 기념일을 보상하려 하지 말고, 당사자와 그 동안 해 보지 못 했던 시간을 가져보자. 그 시간 투자가 꼭 값비싼 뮤지컬이라든가 공연 같은 것만은 아니다. 기념일의 당사자만을 위한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사실 시간이야말로 돈으로 구입할 수 없는 특별한 오늘(present)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즉 평생 소비하면서 살아야 하기에 소비에 대해서 올바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며, 자신의 소비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이고 의식 있는 입장을 가지도록 계속 반성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욕구를 끊임없이 제거해 가는 쓰디쓴 인내의 과정이 아닌, 오히려 본래 소비가 가지고 있는 행복한 가치와 진정한 의미를 찾는 진짜 즐거운 여정임을 깨닫게 되는 사치스러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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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iscount oakley sunglasses 2013.04.12 1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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