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참으로 사소한 사건 하나 때문에 도움이 절실한 사람을 밀어내는 잔인한 시스템 오류를 갖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장애 1급으로 대화는 30%만 가능하고 몸이 뒤틀려 잠시 앉거나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장애인 A씨. 관계가 소원한 누나로 인해 차량 소유자가 되어 버리면서 수급자 지원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차량으로 등록해 연료비를 아껴 보려는 가족의 황당한 얌체짓으로 인해 장애인 연금 10만 원이 소득의 전부이다. 차량 소유권을 이전 시켜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지만 모두가 살기 어려운 불경기라서 그럴까. 누나는 모른 척 하기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그 장애인 연금과 후원단체에서 들어오는 돈을 쪼개 다른 후원 단체에 기부도 하고 야학에서 공부도 한다. 게다가 매월 2만 원가량의 적금도 붓고 있다. 몸이 불편해 소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저축을 통해 현재 오래된 휠체어를 교체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돈으로는 200여만 원의 휠체어를 구입하는 게 어렵다.


그러던 중 그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최근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희망온돌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희망온돌 사업은 박원순 시장이 후보 시절 '서울 하늘 아래 밥 굶고 냉방에서 자는 사람 없게 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월동 대책 사업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월동 대책 사업은 이전에도 여러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연탄을 나눠주고 보일러를 교체하거나 전기 장판을 나눠 주는 등의 사업이 이전 시장 시절에도 있었다.

대부분의 월동 대책 사업은 늘 연말 겨울철이면 크리스마스 싼타 행사처럼 반짝 행사에 그쳤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의 희망온돌 사업에 대해서도 주변에서는 여전히 싸늘한 눈초리를 보냈다. 이전 사업과 다르지 않은 내용을 마치 새로운 사업인 양 포장만 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대부분의 사업은 이전과 다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반짝 행사에 그친다 하더라도 당장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시급한 생계 보존을 위한 사업이 중단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제는 어떻게 하면 한시적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좀더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으로 새롭게 접근하느냐이다.

함께 저축하는 자립, 기부 프로그램

현 서울시 행정부는 기존의 비판여론을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박원순 시장이 후보시절부터 강조했던 거버넌스가 바로 그것이다.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한 행정시스템안에서 사업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민간의 여러 전문가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그에 따라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하에 다양한 사업 아이템이 제안되었다.

그 중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자립을 위해 애쓰는 A씨와 같은 사람에게 반가운 사업이 시작되었다. 사업의 이름은 위드세이브이다. 함께 저축하자는 의미로 A씨가 저축을 하면 여러 시민들이 기부의 형태로 저축을 보태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취약계층은 자립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물론 가뜩이나 어려운 취약계층이 어떻게 자립의 계획을 내놓을까 우려하겠지만 자립 계획 조차 전문가들의 상담이 지원된다.

금융과 복지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을 받아 빚이 과도하게 있다면 채무조정 과정을 거치게 도와주고 생활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복지 혜택을 연결시켜준다. 즉 삶의 질을 더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저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 혜택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해주고 과도한 채무로 인한 금융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확보된 돈을 저축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A씨의 경우는 장애인 연금 수급비 10만 원과 장애인 인권단체에서 연결해준 후원금 10만 원 총 20만 원의 수입을 쪼개 3만 원의 저축 통장을 만들었다. 기간은 6개월로 잡고 꾸준히 저축하면서 여기에 기부 저축이 보태지는 것이다. 만기가 되면 A씨는 몸에 맞는 휠체어를 구입할 계획이다. 목적자금 전체를 기부금으로 충당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순전히 취약계층 스스로를 위해서다.

3만 원이라는 소액이지만 수입에서는 10%가 넘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저축을 함으로써 6개월 후게 갖게 되는 만기금은 자신의 노력의 결과가 포함된다. 기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노력을 통해 얻게 되는 결과에 더 큰 가치를 매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소액이라도 직접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축에서 자립의 싹이 자란다

행동경제학자 댄 에리얼리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뭔가에 대해 애착을 갖는 경향이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을 에리얼리는 '이케아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케아는 조립식 가구 브랜드로 가구 뿐 아니라 침구류, 주방용품,욕실 용품들을 반제품 형태로 판매한다. 소비자들은 조립식 반제품을 구입해 직접 집에 가져와 자신이 조립해 완성한다.

이러한 판매 방식은 실제 마케팅에서도 대단히 큰 효과가 있음을 여러 사례로 보여준다. A씨가 소액이지만 적금 통장에 3만 원씩 불입해서 휠체어를 하나 갖기 위해서는 기부자들이 10배에 가까운 기부로 저축에 보태야 한다. 그럼에도 적금 만기금 통장은 필요금액 전체를 기부받을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자신이 스스로 생활을 조정해 부은 적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저축과 기부의 결과로 갖게되는 휠체어는 다른 과정으로 갖게된 휠체어보다 더 큰 애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장애인에게 몸에 맞는 전동 휠체어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은 세상과 소통하고 신체적 장애를 보조해 최대한의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인간적인 삶의 수단이다. 이러한 수단을 스스로 노력한 결과와 더불어 갖게 되었을 때 삶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는 더욱 향상될 수 밖에 없다. 위드세이브 프로그램의 장점은 기부자들에게도 작동한다. 자신의 기부금이 누군가의 분명한 목적에 쓰인다는 것을 투명하게 알고 과정 전체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P2P대출 싸이트인 popfunding에서 진행된다. 이 싸이트에서는 기부 프로그램 뿐 아니라 자신의 기부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남길 수 있다.

결과적으로 취약계층은 자신의 저축과 기부, 기부자들의 진심어린 응원까지 함께 받는다. 거기에 금융복지 상담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받게 되면서 복지와 나눔, 소통과 자립의 기회를 한꺼번에 제공받게 되는 것이다. 1월 말에 첫 오픈한 이 사업은 6월까지 진행된다. 사업의 성과를 평가해 향후 서울시에서 나눔과 자립의 모델로 확장할 계획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취약계층은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홀로 비인간적인 삶에 방치되지 않고 기부자들과 더불어 사회에 대한 따뜻한 새출발을 계획하길 기대한다. 또한 중산층은 우리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와 뚜렷한 목표를 전제로 한 나눔을 실천하면서 나눔의 보람을 크게 가져갈 것이다.

위드세이브가 진행되는 싸이트 주소는 popfunding.co.kr 다.

 


Posted by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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